얼마전 기장 익산노회 정기회에서 여성 노회장이 선출됐다. 도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파격적이었다. 미투운동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요즘  여성 노회장 김은경 목사를 만나그의 목회 비전과 이 사회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여성 목회자로서 보람된 일이 있다면?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 중에서 약한 것들을 고치셨다(마 9:35-36). 여성 목회자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보다는 모든 목회자들의 어려움과 보람된 일이라고 여긴다. 가르치는 것과 복음 전하시며 모든 약한 것들을 고치셨다는 말씀에 늘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나는 비교적 계획된 비전을 이루면서 살아 왔던 것 같다. 늘 감사한다.

-약한 것들을 고치셨다는 말씀부터 하셨는데 특별한 뜻이 있을까요?
“‘약한 것들을 고치셨다’는 말씀이 내게는 개인의 약함과 피조물들의 피조성, 즉 제한적이고 제약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 죽을 수밖에 없고, 병들어 고통하고, 이별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약하고 아픈 존재, 특히 여성들과 아동들이 당하는 차별과 폭력과 소외를 보면서, 경험하면서 사회모습을 보았다. 개인의 약함과 취약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개발 중심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가치가 팽배한 사회, 구조적 요소가 심대한 우리의 삶의 현장은 취약하고 ‘약한 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므로 정책적인 것과 법과 제도를 통해서 사회구성원 서로의 취약성과 약함을 보완하는 것에 관심갖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으로서 보
람된 일은 고통당하는 아동들 여성들에게 훨씬 더 자유롭게 다가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여긴다.

-여성 목회자로서 비교적 어려움없이목회해 오신것 같습니다.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말했지만‘비교적’이다. 왜 어렵지 않겠는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은 늘 보조자 역할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다. 개인의 고백으로는 나는 부부 목사로써 “내남편은 흥해야 되겠고, 나는 쇠하여 되리라”는 고백을 하면서도 나는 행복했고 거리낌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은 내게 늘 평등한 관계 유지해주었기 때문이다. 책을 선택해서 보더라도 내게 우선권을 주었고, 이사를 하더라도 내 서재를 먼저 마련해 주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많은 여성목회자들이 능력과 헌신성이 탁월하다 할지라도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경우가 지극히 희박하였고, 여성교
인이 반, 혹은 1/3을 차지 하는데도 여성성을 존중받은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총회나 노회의 정책 결정,정책집행 단위에 여성들의 참여가 미미한 데서 오는 정의롭지 못한 조직의 구도로 인해 복음이 기쁨이 되어야 하는삶의 자리에서 참으로 비복음적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다.”

-여성으로서 목회자 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이런 사회적 환경 목회적 환경 안에서 개인적으로는 거룩하여 진다는 것에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거룩하여 진다는 것은 통념상 세상과 구별되어진 수도원에서 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렇게 살고도 싶었다. 그러나 70년대의 신학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세례를 받은 나로서는 그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70~80년대는 민주화가 들끓는 열망의 시대에 아낌없이 청춘을 바쳤다. 그러는 나에게 함석헌 선생님은 ‘한 여자가 사람으로도 나라를 구할 수 있다’ 하시며 격려하셨다. 그때만 해도 집안에서 남·녀의 차별이 심했고 교육 또한 차별적 선택이 이루어질 때 였지만 청소년 시기에 깊은 좌절과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
과 함께 겨레의 역사에 탐독했던 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 연합회 소속이었고 광주 YWCA 의 청년 회장을 하면서, 역사와 예수 그리스도의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당시에 정통성 없는 정권이 우리 겨레에 가장 비극적이고 아픈상처인 분단을 정권 유지로 이용하면서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학생들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으로 묶어 한 인생들을 좌절과 절망의 올무에 묶어 두고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며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크리스천으로서 목사가 되어 저 사람들의 우산이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할 일 많은 세
상에 나라에 태어난 것을 감사했습니다. 참 돌아보면 웃기는 일입니다. 어떻게 20대에 그 생각을 했는지...”

-목사 안수는 언제 받으셨는지?
“제가 목사 안수 받은 해는 2000년 6월 15일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저는 결혼하고 제 속에 잠들어 있는 고백중의 하나가 깨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 세월을 ‘준목’으로 있었고 목사의 아내로서 살면서 내가 고백한 민족에 대한 고백이 바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목사 안수를 받은 날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손을 잡고 민족의 화해와 상생을 선언하던 날 이었습니다. 내속에서 신학대학에 원서를 제출할 때 했던 신앙 고백이 살아났습니다. 저는 6·15 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기초한 우리겨레의 통일운동은 계속되어져야 한다는 기도를 하며 평화통일을 위해 일 하고 있습니다. 전북겨레하나상임대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해 목회자로서 많은 고민을 해 온 것이 느껴집니다.
“사회적 약자와 여성인권을 위해서 일을 하면서도 여성단체 연합에서는 평화통일 위원회의 일을 견지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지금도 우리교회에서 매주일 대표기도자가 바뀌어도 하나님께 바쳐지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상태로 지금까지 지속되는 내 나라 내겨레의 평화와 화해, 상생을 위한 기도를 평화 감수성을 갖는 교인들로 양육하여 가는 것이 교회 내적인 목회 내용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축은 우리 사회가 다양성의 사회로 급변화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문화, 다인종, 외국인 체류 이백만을 넘어가면
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가 너무도 심각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부적응자 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약한 것들을 보듬어 안아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능력을 덧입히는 곳이 되어야합니다.

-노회장으로 목사님의 뜻을 어떻게 구현해 가실지도 궁금합니다.
“세속화된 교회는 힘이 없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말씀’이 우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말씀으로 새롭게 세워지는 교회’는 올 한해 노회의 표어입니다. 노회장으로서 이 말씀을 그대로 순종하며 그렇게 되어지는 노회 그래서 하나님께서 ‘참 좋다’라고 감탄하시는 기쁨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사회는 갈등이 많은 사회입니다. 진보와 보수, 양성평등을 지양하기 위한 갈등, 남북의 갈등, 노사 갈등, 동서갈등, 내부적으로 세대와 세대간의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저는 우리노회 부노회장 출마시 출마소견서에 세대와 세대 간의 평화의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역할은 해낼 것 같습니다. 평화를 이루어가는
것은 이 시대의 크리스천의 덕목입니다. 우리나라의 명운을 일으키는 힘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목사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사랑의 힘으로 죽기까지 사랑하셨던 그 사랑은 하나님,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사랑의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 힘으로 앞으로 목회와 사회활동을 더욱더 정교하게 해나가려고 합니다. 사회 활동 역시 목회의 일환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성전에서 가르치셨고 천국을 전파하셨습니다.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모든 병과 약한 것들을 고치셨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살았던 본을 받아서 살려고 합니다. 모든 상황을 다 주관하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는
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종말론적인 고백으로 합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 지금 내가 속한 단체와 조직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으로서 교계의 미투운동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계안의 미투운동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의 권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운동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폐쇄적이고 종교적 권위를 가진 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문제는 권위에 의한, 위계에 의한, 권력에 의해 다시 덮여졌습니다. 약자들의 약함을 법과 제도가 끝까지 지켜주지 아니하면 미투 운동의 생명력이 없습니다. 정의롭고 평등한 사고와 가치를 소유한 신념 있는 사람들 with you가 동시에 진행되어야합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의 인권교육과 인종차별, 성차별 교
육이 공과 내용에 반영되어야합니다.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자들이 주도적인 주체가 되어 인식 변화를 일으키는 물결이 형성되어야한다 여깁니다.”

                                                                                                                                      /심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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