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는 신앙인들은 한 해에 세 번의 새해를 맞습니다. 태양력으로 년도가 바뀌어 1월 1일이 되면 새해를 맞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음력으로 설(구정)을 기점으로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습니다. 그리고 교회력으로 대림절(대강절)이 되면 또 한 번의 새해를 맞게 됩니다.

교회력은 예수님의 생애와 관련되어 절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림절은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대림절의 4주가 지나면 성탄절이 됩니다. 기다리던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그리고 매년 1월 6일은 주현절입니다. 주현절이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냄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세상에 분명하게 보여진 하나님의 영광을 인식하는 절기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 그 모습이 변화되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산상변모주일’을 맞습니다. 그 때부터 예수님께서는 본격적으로 십자가를 향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사순절이 시작되기 바로 전 주일을 산상변모주일로 지킵니다. 성회수요일(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사순절이 끝나면 바로 이어지는 것이 부활절입니다.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시고 무덤에서 부할하신 주님을 기리는 절기입니다. 부활절로부터 일곱 번째 주일을 성령강림주일로 지킵니다. 성령강림주일부터 오순절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오순절은 대림절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러기에 교회력에서 대림절은 곧 새해입니다. 새롭게 교회력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은 11월 30일부터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신앙적으로 새해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러면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에게 태양력의 2014년은 참으로 가슴 아픈 해였습니다. 우리 생애 평생 잊혀질 수 없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의 상처가 국민들의 마음에 큰 아픔을 주었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세월호의 상처가 준 아픔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 동안 그런 아픔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에서 교회력으로 새해를 맞은 우리는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추억할 수 있습니까? 2013년도 대림절부터 2014년도 오순절 마지막 날까지가 교회력으로 한 해였는데, 그 한 해 동안 우리의 신앙에는 어떤 기억들이 남아 있느냐는 것입니다. 세월호의 충격만큼이나 큰 충격을 받고 신앙의 아픔 속에서 위기를 겪어여 했던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어떤 해보다도 큰 은혜를 체험했기 때문에 평생 잊혀지지 않는 한 해로 기억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평범하지만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온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내 삶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를 맞는 우리의 기대와 설렘은 무엇입니까?

언제부터 시간을 나누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1초의 60개가 모이면 1분이 되고, 1분의 60개가 모이면 한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의 24개가 모이면 하루가 되고, 한 달의 12개가 모이면 한 해가 됩니다. 60진법을 쓰던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에 의해서 오늘의 시간의 구분이 시작되었다고도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시간을 나누기 시작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나눠지지 않습니다. 흔히 시간을 ‘어제(과거)와 오늘(현재)과 내일(미래)’로 나눕니다. 그래서 어제(과거)는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고, 내일(미래)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 역시 내 것이 아니며, 오직 오늘(현재)이라는 시간만 내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생각하면 ‘현재’라는 시간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지금’은 금새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것은 참으로 수수께끼와 같은 것입니다. 어쩌면 시간을 나누는 것 자체가 그런 수수께끼인지도 모릅니다.

왜 우리 조상들은 시간을 그렇게 나누어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시간을 나눔으로 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이로움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물리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 태어나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주민등록증을 처음 받아든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요? 만 19세가 되면 성년이 됩니다. 우리나라에 성년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나’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습니다. 만 17세가 되기 하루 전과 17세가 되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후에 내 자신의 모습에 그리 많은 변화는 없습니다. 성품이나 지식, 인간관계, 환경 등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주민등록증을 가진 나는 분명 그 이전과 다릅니다. 성년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2013년과 2014년은 단 하루 사이, 단 1초 사이에 시간적으로 구분이 되었지만 나 자신이나 우리의 삶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2013년을 보내고 2014년을 맞이할 때 우리의 마음가짐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뭔가 해 보리라는 결심을 하기도 합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2013년과 2014년은 별로 변화가 없지만, 그것을 의식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만은 분명 달랐습니다.

이제 우리는 교회력으로 대림절을 맞음으로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제 이미 시작된 이 한 해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셨습니까? 그 마음속에 신앙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새해를 맞을 때마다 가진 설렘이 내게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그리고 얼마나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마음에 준비를 하셨습니까?

변화된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변화된 시간은 내게 아무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대하고 준비한다면 그 시간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 또 한 번 맞은 ‘새해’를 신앙적으로 어떻게 기대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