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한옥교회, 20층 한옥호텔 한옥마을에 짓고파”

전주신동교회(정경수 목사)를 섬기는 이창엽 집사가 최근 ‘전통한옥과 종교건축’이

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전통, 한옥, 종교, 건축 등 어휘 자체만 들어도 묵직함이 강

하게 드는 테마다.

그의 60여 년 삶속에, 범접하기 쉽지 않은 30년 건축기술에 7년의 신학 내공이 켜켜

이 쌓인 결실이다. 이런 까닭인지 이 집사는 목조건 축 한옥선교사라 불리고 싶어 한

다. 전주 한옥 마을 인근에 10층 한옥교회와 20층 한옥호텔을 짓는 독특한 꿈을 꾸

고 있는 그를 지난 인후동 개인 작업실 ‘스토리공방’에서 만났다.

“이 땅에 기독교가 전래하면서 교회건축물이 지어진 지 220년 정도 된다. 그런데 한

옥교회 건축물의 토착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람이 아닌 네비우스 선교정책에

의한 선교사들이 시도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한옥교회는 대부분 역사 속 유물로 관광 상품화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에 교회건축물이 수없이 지어졌으나 한옥교회 건축물은 찾아보기 어

렵다.” 이창엽 집사는 한옥건축의 밑바탕인 우리의 얼과 혼,사상을 배경으로 한옥건

축 요소들을 소개했다.

단순히 정보교환 및 지식전달을 넘어, 전통한옥의 토착화를 위해 현대인의 삶과 생

활 방식에 맞는 건축물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저자는 “한옥건축의 현대화는 이론

이나 탁상 행정 건축물이 아닌 현실에 맞는 건축물을 완성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각 장 의 정보와 기술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여 활용 할 수 있는 예시

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Ⅱ편은 우리나라 위주로 한옥교회에 관한 역사 및 현존하는 건축물과 교회건

축의 밑바탕이 되는 신학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기술했다.

자연과 소통하는 한옥 조형미

“한옥마을 조성에 따른 자료 수집을 위해 한 동안 전국에 산재한 목조건축물을 조사

한 적 이 있다. 강원도에서 전남 보길도를 거쳐 거제도까지 궁궐, 사찰, 문화재는 물

론 산골짜기 건축물까지 샅샅이 둘러보았다.

그만하면 목조 건축에 대한 국내자료로 풍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십여 년이 지나 ‘전

통한옥과 종교건축’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며 부족한 부분이 보여 다

시 현장을 찾아 재조사를 시작 했다.” 이 집사는 동서남북으로 먼 길 오가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을 오롯이 견디어 온 한옥의 숨결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사람은 집의 기운을 받고 집은 사람의 숨결을

느끼며 건강하게 상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통한옥은 현대건축에서 느낄 수 없

는 자연적인 조형미를 품고 있다. 학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진 추녀와 처마, 용처럼

힘차게 비상하는 지붕, 뒷산 자락처럼 부드러운 용마루는 자연과 소통 한다.”

시대정신 투영된 종교건축물

저자는 사람의 몸을 먼저 생각하는 휴먼 스케일, 자연에 순응하는 과학적인 구조를

지닌 것이 전통한옥임을 강조했다. 햇빛과 바람의 순환으로 생기를 돋우며, 친환경

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아토피, 피부병 치유에도 도움을 주고 콘크리트 속에서 고단

한 하루를 견디어 내는 현대인들에게 포근함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전통한옥의 장점

을 꼽았다.

“전통은 문화유산으로써 원형대로 잘 간직하고 보존해야 하는 측면과 현대적인 감

각에 맞게 재창조하는 이중성의 문제를 갖고 있다. 최근 우리 것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문화 유적에 관한 관심과 한옥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

다.

한 나라의 문화 척도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고유의 건축물로 가름할 수 있

다. 현재까지 보존되고 전해오는 문화유산으로 건축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

으며 그 중 종교건축의 비중이 크다.”

종교건축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동·서양 인류문화유산의 대표적인 산물로써 당대의

걸출한 건축가들과 장인들이 건축과 예술의 언어로 시대정신을 투영하였다고 저자

는 말한다.

한옥 요소에 성경구절 인용 비교

“최근 다른 교회와 차별화하기 위한 교회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주변 환경과 지역

공공성을 염두에 두지 않거나 어마어마한 건축비를 부담하는 상업적인 초대형 교회

들이다. 예배공간이 영화관·공연장과 흡사한 시설물로 건축 되기도 하여 비종교인들

이 종교 자체를 기피 하는 구조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현대건축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교회건축물은 교회의 역사와 유산, 신앙 원천인 전례, 전통 양식 에서 출발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전통건축을 ‘전통’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한옥교회라는 사전적 의미로써

‘한옥’ 은 동양적인 것을, ‘교회’는 서양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기에 서양 건축물을 비

교하는 방법으로 전통건축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한옥건축의 밑바탕인 우리의 얼과

혼, 사상을 배경으로 한옥건축 요소들을 소개하였으며, 한옥의 기능적·장식적 요소

들을 성결 구절과 인용 비교하였다.

또한, 한옥의 역사적인 의미에 치중하기보다는 전통한옥과 서양 건축물과의 비교

및 한옥교회와 서양 교회건축물과의 비교 중심으로 썼다. 이는 서양 건축물과의 유

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는 지침이 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라져가는 우

리의 얼과 혼을 되찾을 방법으로 교회건축물에 대한 인식의 토대를 갖출 수 있다.

CAD/CAM 통해 복잡한 한옥 DB 구축 활용

“전통한옥은 현대적인 건축기술의 변화와 재해석을 통해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발전

하고 있다. 현장에서 CAD/CAM을 통해 복잡한 한옥의 구성요소들을 DB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전통한옥의 건축 공정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치목 과정이 사전

제작·조립되는 점은 역설적으로 현대적이고 새로운 건축설계 방식 BIM에 잘 맞는

다.”

저자는 과거에는 목수들끼리만 구전으로 한옥 건축기술이 전수되는 도제식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현대에는 세밀한 기술까지 기록·전달할 수 있어서 전통한옥을

좀 쉽고 독창적으로 건축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한옥을 토착화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발달, 한옥건축 공법 및 한옥건축 기술

의 현대화와 발달, 목재처리 방법의 현대화와 기술발달, 예배공간에 빛을 투과하는

공간 분위기 창출과 조화로운 가구 배치 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예배공동체의 영

성을 고양할 수 있고 전례·예배를 집행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요즘 신축된 현대교회 중에 인근 환경을 포함한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역사성과 지

역사회 공공성을 실현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전주 한옥마

을에 10층짜리 한옥교회와 20층짜리 한옥호텔을 지으면 환상적인 전주의 랜드마크

가 될 것이다.” 이는 저자의 오랜 관심사인 ‘한옥교회와 한옥호텔 건축’의 현대화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한다.

한옥교회 건축 디딤돌 기대

김헌중 한옥기술인협회장은 추천사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종택, 문화재 한옥, 궁궐,

사찰 등 전국의 목조건축물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직접 찍은 사진과 귀한 자료

를 수집해 한옥의 방대한 문헌을 섭렵하고, 한옥과 종교건축물 을 비교하며 한옥의

요소를 성경 구절로 표현 하여 새롭게 구성하였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은 한옥의 현대

화를 열어가고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한옥교회 건축에 다가갈 수 있는 디딤

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 김은수 교수도 “이 책을 읽으며, 양산 통도사의 꽃살문,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란 꽃살문, 김제 금산사의 소슬 모란 꽃살문 등 태어나서 처음

으로 사찰의 창호 무늬를 자세히 보았다”면서 “마치 꽃잎을 보듯.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처럼 저자의 글도 그러하다”고 했다.

그는 모르는 것을 겸손히 알려주는 힘, 건축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뽑아낸 사진들

을 만나며 독자들이 한옥의 새로운 세계를 접하리라 기대한다며 일독을 권했다.

15년 동안 발품 팔아 조사 연구

이창엽 저자는 남원 산내 생태건축공동체 운영과 한옥건축 기술자로 인생의 전환점

을 맞았다고 한다. 김인선 대목장을 만나 영암과 신안, 구례, 나주, 장성에서 한옥마

을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15년 동안 전국의 목조건축물인 궁궐, 사찰, 문화재, 종가

등을 직접 조사 연구 기록 하였고, 전통한옥의 실제 설계도면을 축소하여 모형(1/5)

을 제작하였다.

실제 한옥과 달리 모 형 제작은 공예적 요소와 예술적 조형미를 갖추어야 하기에 신

구대학교 교수 박수현(홍익대 미대 조각전공)에게 조각기술과 예술적인 표현 기법

을 익혔다.

그는 목조건축지도자로서 후학 양성을 위해 전통한옥 모형과 사찰모형을 제작하

며, 임실 목조문화체험장에서 전통한옥의 이론교육과 실습을 전수하고 있다. 또한,

기독선교회 이사로서 창의적 지역(10/10 window)의 전문인 목조건축 선교사 양성

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저자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현재 전주대 선교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있다. 전국한옥기능경기대회에서 전라북도지사상을, 전국목조기술경기대

회에서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장상을 수상했다.

/하대성 기자